[판결] 땅주인이 땅 팔고 나서도 계속 점유한 경우, 타주점유 해당...'20년 시효취득' 인정 안 돼
땅 주인이 땅을 팔고 나서도 계속 점유한 경우에는 타주점유에 해당하므로 20년이 지나더라도 시효취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민사1부(재판장 이영철 부장판사)는 양어장 시설 주인 A씨가 토지 소유자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소송(2018나31471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최근 "점유취득시효 기간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경북 포항시 인근에 있는 이 토지(178㎡)는 원래 서모씨의 소유였다. 서씨는 이 땅을 안모씨에게 팔았는데 1995년 11월경 매도한 토지 위에 167㎡ 규모의 양어장 시설을 짓고 점유하기 시작했다. 2002년 4월에는 허모씨가 이 양어장 시설을 인수했고, 이어 2005년 6월 A씨가 허씨로부터 이 땅을 샀다.
2015년 11월이 되자 A씨는 "서씨가 양어장 시설을 점유하기 시작한 때부터 토지를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했으므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라"며 안씨로부터 땅을 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원고패소 판결
재판부는 "민법 제245조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매도인이 타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했을 경우 인도의무를 지게 되고 따라서 매도인이 그 부동산을 계속해서 점유할 경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주점유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서씨, 허씨를 거쳐 토지를 순차적으로 승계하면서 총 20년간 점유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도 "서씨가 1995년경 양어장 시설을 설치한 토지의 면적은 안씨에게 팔았던 토지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설치 당시 안씨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고 할 수 없으므로, 서씨의 점유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만으로는 점유취득시효 기간을 충족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을 맡은 포항지원은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승소 판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