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단순 명의 신탁만으로 조세포탈죄 안 돼
홍모씨는 친형과 함께 운수업체를 경영하면서 발행주식 일부를 자신의 두 아들과 처제에게 명의신탁했다. 홍씨는 2008년 5월 이들 주식을 모두 형에게 양도하고 같은 해 8월 각자 명의대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 세무당국은 2015년 3월 "2004년과 2005년 각 주식 배당금이 실질적으로 홍씨에게 귀속됐다"며 2004년과 2005년 귀속분 종합소득세와 2008년 주식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 및 증여세 등으로 총 1억6936만원을 과세 처분했다. 이에 홍씨는 "세무서의 과세처분은 양도소득세 부과 제척기간인 5년이 지나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홍씨가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아들과 처제 명의로 작성된 주식양도양수계약서를 제출한 점 등에 비춰보면 자신이 실질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의 양도거래를 적극적으로 은닉하는 행위까지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이는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1항 1호가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양도소득세 부과 제척기간은 10년으로 봐야 한다"며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기본법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ㆍ공제받은 경우에는 국세 부과 제척기간을 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2심도 기본적으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증여세 5500여만원에 대해서는 홍씨가 정산금 중 반환한 금액 등은 홍씨의 소득으로 귀속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처분은 위법해 취소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홍씨가 인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2017두69991)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구 국세기본법이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등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면서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납세자가 명의를 위장해 소득을 얻더라도 이 같은 위장이 조세포탈의 목적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허위 계약서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의 조세 신고, 허위의 등기·등록,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 위장 사실만으로 구 국세기본법이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씨가 주식 중 일부를 1981년경부터 1994년경까지 명의신탁해 이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명의신탁 당사자들의 구체적 소득 규모에 따른 종합소득세 세율 적용의 차이, 회사의 재무상태와 실제 이뤄진 배당내역 등을 비롯해 (홍씨의) 조세포탈 목적에 대한 세무당국의 충분한 증명이 없었다"며 "단순히 명의신탁이 있었다는 점만을 들어 홍씨가 이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누진세율의 회피 등과 같은 조세포탈의 목적을 일관되게 가지고 명의신탁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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