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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변호사는 최근 대여금 사건의 원고 측 대리를 맡았다. 법률구조공단이 피고측 소송구조를 담당했다. 그런데 공단이 제출한 소송위임장에 경유증표가 없었다. 해당 변호사는 대여금 사건과 같이 딱히 공익적 사건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건에서 공단이 지방회를 경유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졌다. 물론 그간 관행처럼 법률구조공단 등은 지방회를 경유하지 않고 소송을 수행해 온 것을 알고 있었지만, 최근 서울변호사회 등 몇몇 지방회에서 이에 관해 제동을 건 사실과 변호사법상 관련 규정을 들어 이를 문제 삼았다.

해당 변호사는 "우선 본안 전 항변으로 위임장은 소송대리권과 관련돼 있어 소송요건이므로 직권탐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위임 자체가 무효면 소송행위가 다 무효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보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공단 측에서는 수십년간 해온 업무들이 그럼 다 위법이 되는 것이냐며 항변의 근거로 80년대에 나온 '법률구조공단은 공익 목적으로 소송하는 곳이므로 경유가 없어도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법원행정처 공문을 제시했다. 하지만 변호사법에 경유하라고 돼 있는데 이 같은 주장은 적절하지 못한 것 아닌가. 공단 측이 이런 문제제기가 받아 들여지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밀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 대리 변호사,

지방변회 경유증표 없는 위임장 문제화


공단측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던 사항

기존 입장 견지”


법조계 

“공단도 지방변회 경유가 원칙

정책적 배려는 고려”


한편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무효 주장에 관해 "일방의 주장일 뿐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던 사항인데, 상대방 변호사가 어떻게 나오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존 입장을 견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회의 관련 회칙 개정은 법무부 인가사항으로 아직 법무부가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법률구조공단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특수공익법인이라는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 인가가 나기 어렵다고 보지만, 설령 인가가 난다고 하면 공단은 경유 회비를 국가예산에서 충당하는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변호사 업계와 법률구조공단 간의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문제를 이대로 덮어둘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에 정한대로 공단도 경유하도록 하되 경유회비를 감면해 주거나, 입법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정형근(65·사법연수원 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법에 모든 변호사가 경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구조공단도 원칙적으로 지방회를 경유해야 한다"면서도 "공익 전담 변호사 활동이나 공단 소송의 공익성을 따져 공익소송으로 인정되면 경유회비를 감면하는 등각 지방회 차원에서 관련 회칙을 마련해주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입법적으로는 변호사법 등에 경유에 관한 단서조항을 신설해 이를 명확히 해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소송위임 무효 여부에 관해서는 "소송위임은 당사자 간 약정으로 성립되는 것이고 지방회를 경유해 경유증표를 붙이는 것은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를 확인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경유하지 않았다고 해서 소송 위임이 무효가 되고 이후의 소송수행도 모두 무효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에 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회칙을 개정한 바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넘어갔을 뿐, 법률구조공단도 당연히 변호사법상 경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황귀빈(35·변호사시험 6회)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서울회의 지난 회칙 개정은 당연히 존재해 온 경유 의무에 관해 조금 더 명확히 했을 뿐 의무 자체를 새로 만든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서울회는 공익적 사건의 경우 신청을 받아 심사를 통해 경유회비를 면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의 경우도 무조건 공익 목적이라고 볼 수 없는 사건도 많이 담당하는데, 이 경우 사실상 로펌처럼 기능하면서 경유를 거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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