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증자(受贈者) 동의 없이 부동산이 증여되고 취득세까지 납부됐더라도 수증자가 과세관청을 상대로 이미 납부된 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증여계약서 작성과 취득세 납부가 모두 증여자에 의해 이뤄져 수증자의 손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김진영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소송(2021가단5029941)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의 어머니인 B씨는 2020년 8월 A씨 앞으로 서울 강남에 있는 부동산을 증여하는 내용의 증여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 계약서는 A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작성됐다. 석 달 뒤, A씨의 대리인이라 주장하는 C씨에 의해 서울시에 이 부동산 증여와 관련한 취득세 4400여만원 등이 납부되자, A씨는 "어머니에게 부동산을 증여받지 않겠다고 명백히 밝혔고, 증여계약서 작성과 관련해 누구에게도 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모두 어머니가 신고·납부
본인 손해 있다고 볼 수 없어
A씨는 재판과정에서 "증여계약서는 나를 대리할 권한이 없는 사람에 의해 작성됐다"며 "어머니는 내 명의로 서울시에 증여계약에 따른 취득세 등에 관한 신고를 한 뒤 어머니 본인 돈으로 취득세 등을 납부했으므로 이러한 신고행위는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취득세 등을 납부 명의자인 내게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증여계약서 작성과 취득세 등 신고·납부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어머니인 B씨가 A씨 명의로 이 사건 취득세 등을 신고·납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비록 A씨 명의로 취득세 등의 신고행위가 이뤄졌으나 A씨가 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취득세 등도 A씨가 아닌 B씨의 돈으로 납부됐기 때문에 A씨에게 아무런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원고 패소 판결
그러면서 "A씨의 청구원인은 주장 그 자체로 손해가 없음이 명백해 부당이득반환의 나머지 요건에 관해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