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폐기물 처리명령 취소소송 패소 원심파기
경매 등으로 폐기물처리시설을 인수했다고 해서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폐기물처리 관련 권리나 의무를 당연히 승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수자가 동종영업을 영위하지 않고 폐기물처리업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 승계신고를 안 했다면 승계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A사가 전북 완주군을 상대로 낸 방치폐기물처리명령 취소소송(2021두31429)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돌려보냈다.
화장지 제조·판매업체인 A사는 2017년 5월 부동산 임의경매 절차를 통해 폐기물처리업체인 B사 사업장과 그 곳에 있던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관련 시설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인도 받았다. 완주군은 앞서 2016년 B사에 대해 방치폐기물처리 이행보증금 계약갱신명령 위반을 이유로 중간재활용업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방치폐기물 처리를 명령했지만 B사는 이행하지 않았다. 완주군은 A사가 B사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인수하자 2017년 7월 "A사가 경매를 통해 사업장을 인수해 허가 등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하므로 방치폐기물 처리를 명할 계획이니 처리계획서를 제출하라"고 A사에 통보했다. 완주군은 또 2018년 12월 "2019년 2월까지 폐기물을 처리하라"고 A사에 명령했다. 이에 반발한 A사는 소송을 냈다.
허가관청에 승계신고 한 적 없고
폐기물 관련 사업도 하지 않아
1,2심은 "완주군이 A사에게 사업장에 방치된 폐기물 처리를 명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A사는 경매절차에 참여할 당시 사업장의 용도,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B사의 허가·승인·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의무를 승계할 수 있음을 충분이 예상할 수 있었다"며 완주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폐기물관리법 제33조 2항이 정한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 승계'의 효과는 폐기물처리시설 등 인수자가 같은 조 3항에 정한 바에 따라 허가관청에 권리·의무의 승계를 신고해 허가관청이 이를 수리한 경우 발생한다"며 "A사는 경매로 폐기물시설 등을 인수한 뒤 허가관청에 승계신고를 한 적이 없고 폐기물처리업과 관련 없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A사가 경매를 통해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같은 법 제40조 3항에서 정한 방치폐기물 처리명령의 수범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