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귀책사유 없더라도 배상의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SK건설이 복선전철 사업 구간공사를 진행하다 인근 지역 주택에 균열 등을 발생시켜 수천만원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허명산 부장판사)는 A씨 등 3명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SK건설, 광혁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49246)에서 최근 "철도시설공단 등은 공동해 A씨에게 940여만원을, C씨에게 428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충북 단양군에 단독주택과 창고를 소유하고, 5296㎡에 이르는 과수원을 운영하며 부인 B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C씨도 같은 지역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단독주택과 창고 등을 소유하고 있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SK건설, 광혁건설이 2015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A씨 등이소유한 건물 인근에서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 사업' 관련 공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공사에 따른 진동 등 환경오염으로 건물 균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A씨에게 6700여만원을, B씨에게 4000만원을, C씨에게 1억2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1항과 제3조에 따르면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환경오염 원인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환경오염에는 진동으로서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도 포함되므로 피해자의 손해에 대해 원인을 제공한 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피해주민 일부승소 판결
이어 "공단 등은 단양경찰서장으로부터 폭약 200t, 뇌관 20만개의 사용을 허가받고, 그 무렵부터 2017년 12월까지 터널 건설을 위한 발파작업을 실시하는 등 공사를 위해 수개월에 걸쳐 폭약을 터뜨려 지반을 깨뜨리는 작업을 실시했다"며 "지하에서 수개월간 발파공사를 하는 경우 그로 인한 진동이 인근 건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서 사실조회 및 감정인의 감정 결과 등으로부터 인정된 사실 등을 종합하면, A씨 등이 소유한 건물에 공사 당시 새롭게 발생했거나 확대된 균열 등의 하자는 이 공사로부터 발생한 진동으로 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공사의 시행자 내지 시공자로서 이러한 진동 발생에 원인을 제공한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환경정책기본법상 원인자로서 A씨 등이 입은 건물 균열 등의 하자에 대한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거들에 비춰 해당 공사로 발생한 진동 등의 환경오염으로 A씨가 소유한 과수원의 가치가 하락했다거나 B씨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등의 건물하자 이외의 사유로 A씨 등에게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