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기존 집주인(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 의사를 밝혔다면 이후 이 주택을 매수한 새 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고 해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집주인의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갱신요구권 거절은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당시의 임대인만 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확대된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적용 범위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다.
수원지법 민사2단독 유현정 판사는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소송대리인 법률사무소 일우)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청구소송(2020가단569230)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B씨는 2019년 2월 집주인 C씨와 2년짜리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차계약 기간 중인 지난해 8월 C씨는 A씨에게 집을 팔기로 하고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 다음달 B씨는 C씨에게 전세계약 연장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A씨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것이므로 C씨와의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나면 나가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 개정취지 따라
임차인의 거주기간 안정적 보호”
재판에서는 A씨가 B씨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다.
유 판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임차인이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안정적으로 연장해 임차인의 주거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임차인이 자신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이후 임차목적물이 양도돼 그 양수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한다면 주거권 강화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사유가 퇴색된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적용 범위 첫 판결
그러면서 "개정 법의 도입 취지, 계약갱신요구권의 법적 성질, 실제 거주 사유라는 거절 사유의 특성 등을 볼 때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B씨는 A씨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 이전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고, 종전 임대인이었던 C씨가 실제로 거주하는 것이 아니므로 A씨는 실제 거주를 이유로 B씨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B씨를 대리한 김희명(55·사법연수원 34기) 일우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도입된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적용범위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8호에 따른 실거주 사유는 임차인이 예측하기 어려운 주관적 사유에 해당돼 무한정 확대 적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