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수도불통죄’ 해당… 용역업체 간부 징역형 확정
주상복합건물 수도 밸브를 잠궈 입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음용수 공급을 막은 임대용역업체 간부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형법 제195조가 규정하고 있는 '수도불통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 임대용역업체 재무이사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9도10851).
A씨는 2016년 서울의 한 주상복합건물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그는 건물주와 퇴거 문제로 분쟁중이던 거주자들에게 누수 등을 이유로 바닥배관공사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거주자들은 자신들을 내쫓기 위한 핑계라 생각해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2016년 7월 '건물 전체 누수가 심해 단수를 실시한다'는 공고문을 부착한 뒤 시공업자로 하여금 건물 수도관 밸브를 잠그게 했다. 이 때문에 주택 4세대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단수조치를 당한 거주자들은 A씨에게 수돗물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A씨는 거주자 가운데 '수도 사용 방해 제거 단행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으로부터 수돗물 공급 재개 결정을 받은 1세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3세대에 대해서는 1년 9개월간 수돗물 공급을 계속 중단시켰다.
검찰은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195조에 따라 A씨를 기소했다.
1심은 "단수 조치를 한 수도관을 통해 음용수를 공급받는 자는 4세대 11명에 이르러 다수이고, 각 수도관은 형법 제195조가 규정한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한다"며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해 장기간 계속적으로 잠근 행위 역시 '손괴 기타의 방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단수조치를 한 목적은 거주자들이나 이용자들의 감전사고 또는 건물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리모델링 공사를 빨리 완성해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A씨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거주자들의 수돗물 공급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단수조치는 충돌 법익 사이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역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1심 판결 이후 A씨는 수도관 밸브를 전부 개방하고, 거주자들에게 피해배상금을 지급하고 합의했다"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