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매수인에 배상금 지급하는 등 현실·확정적인 손해가 발생해야 청구 가능"
등기부에 기재된 면적보다 좁은 부동산을 경매받은 후 이를 제3자에 판매한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부족한 지분에 대한 이전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받은 사실만으로는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매수인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거나, 손해배상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나는 등 현실·확정적인 손해가 발생해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6다217833)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인천 남구에 있는 건물의 402호 경매에 참가했다. 그런데 당시 등기공무원의 잘못으로 등기부에는 실제 402호 면적보다 2배 큰 면적이 기재돼 있었다. 결국 A씨는 실제 대지보다 2배 큰 면적의 지분 감정에 따른 1억5000여만원을 낙찰가로 지급했고, 넉달 뒤 C사에 1억6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이후 C사는 A씨에게 '402호 대지지분이 등기부 기재와 다르므로 A씨가 등기부 기재대로 부족한 지분을 취득해 C사에 이전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등기공무원 과실로 대지권이 있는 것처럼 등기부를 작성한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이 있다"며 "경매 채권자와 채무자,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는 대지권에 해당하는 경락 대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경매를 통해 건물을 매수한 뒤 C사에 매도해 매수대금 이상의 매매대금을 수령했다"며 "최종 매수인인 C사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매매대금을 초과지급해 현실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어 "중간매도인인 A씨는 C사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거나, 손해배상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는 등 현실적·확정적으로 실제 변제해야할 채무를 부담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매매대금을 과다 지급하였다거나 C사로부터 부족지분의 이전을 요구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현실적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인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1,2심은 "등기공무원 과실로 A씨는 2배 큰 대지를 평가받아 경매 후 낙찰 받았다"며 "경락대금 1억 5000여만원 중 토지 가액은 4500여만원이고, A씨는 등기부에 표시된 대지권의 절반을 취득했으므로 국가와 경매 채무자는 공동해 A씨에게 (토지가액의 절반인) 2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