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죽은 고양이의 주인에게 의료과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인정, 병원은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권모씨는 12년 동안 기르던 고양이(아메리칸 숏헤어 종)가 아프자 지난해 5월 A동물병원에서 두 차례 혈액투석을 받았다. 권씨의 고양이는 2014년부터 당뇨병이 생겨 인슐린 치료를 받았고 만성신부전증으로 이미 4번의 혈액투석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권씨는 지난해 6월에도 혈액투석 치료를 위해 고양이를 데리고 A동물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고양이의 백혈구 수치와 혈당이 낮아 치료를 하지 못한 채 입원을 하게 됐다. 이튿날 간호사는 플라스틱 주입구를 사용해 고양이에 알약을 투여하고 있었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주입구를 삼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 측은 곧바로 내시경을 통해 주입구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고양이는 며칠 후 퇴원했지만, 엿새 후 죽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진단서에는 특징으로 '당뇨, 신부전 진단'으로 표기돼 있었다.
권씨는 "A동물병원 측이 내시경을 통해 주입구를 꺼내는 과정에서 고양이에 큰 스트레스와 상처를 줘 죽었으니, 심폐소생비용과 치료비, 화장비용, 고양이 구입비, 위자료 등 1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주인에 위자료 300만원
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 강영호 원로법관은 권씨가 A동물병원 운영자 황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소7330644)에서 최근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강 원로법관은 "권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양이가 내시경 수술로 죽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따라서 A동물병원의 과실로 인해 고양이가 죽은 것을 전제로 한 치료비와 화장비용, 고양이 구입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A동물병원 직원인 간호사의 실수로 고양이가 주입구를 삼키게 됐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내시경 수술로, 혈액투석 등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고양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 과정에서 고양이와 오랫동안 생활해온 권씨에게도 정신적 고통을 입혔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기에 병원 측은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