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민사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프로모션 아이템을 개발하고 교구재를 제조·유통하는 A사가 B사와 정모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다227625)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사는 광화문이나 숭례문 등의 건축물 설계도를 우드락에 구현해 뜯어접거나 꽂는 방법으로 조립할 수 있는 입체퍼즐을 제조·판매해왔다. 정씨 등은 A사에서 팀장 등으로 일하다 2011년 12월 퇴사 후 B사를 설립한 다음 숭례문 등 건축물 축소 모형을 조립할 수 있는 입체퍼즐을 제조·판매했다. 이에 A사는 "B사와 정씨 등이 판매하는 모형의 전체적인 외형 및 개별 퍼즐조각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우리 제품을 모방한 것"이라며 해당 퍼즐을 판매하지 말 것과 6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사의 입체퍼즐이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1심은 "두 회사의 입체퍼즐은 예술성보다는 특별한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하고 서로 간에 유사한 부분은 동일하거나 같은 시대의 유사한 건축양식이 반영된 역사적 건조물을 우드락 퍼즐의 조립이라는 방식적 한계 속에서 최대한 실제와 유사하도록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능적 저작물의 최종 입체물은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으므로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총판계약이 끝난 후에도 A사의 상표를 사용해 판매한 신모씨 등에게만 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A사의 광화문 모형은 측면을 줄여 높이를 강조하면서 지붕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을 실물보다 크게해 과장하고 형상과 모양, 색채도 실물과 달리 표현했다"며 "지붕내부에 별도의 프레임을 넣은 표현 등을 보면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특성이 부여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사의 광화문 모형에서 나타나는 창작적인 표현이 B사의 숭례문 모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두 회사의 입체퍼즐 사이에는 실질적인 유사성도 인정된다"며 "B사 등은 입체퍼즐 제품을 판매하지 말고 폐기하고 A사에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지지했다.
대법원은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도 실제의 건축물을 축소해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형상, 모양, 비율, 색채 등에 관한 변형이 가능하고, 그 변형의 정도에 따라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실제의 건축물을 충실히 모방하면서 이를 단순히 축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사소한 변형만을 가한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는 변형을 가해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난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A사의 모형이 실제의 광화문을 그대로 축소한 것이 아니라, 지붕의 성벽에 대한 비율, 높이에 대한 강조, 지붕의 이단 구조, 처마의 경사도, 지붕의 색깔, 2층 누각 창문 및 처마 밑의 구조물의 단순화, 문지기의 크기, 중문의 모양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사소한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변형을 가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징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는데 이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