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민사 소액사건의 범위가 소가(訴價) 3000만원 이하 사건으로 확대된다. 1998년 이후 2000만원 이하로 유지돼 오던 소액사건 최고액 기준이 19년만에 증액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액사건 기준을 2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 소액사건 심판 규칙이 최근 대법관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29일 밝혔다.
소액사건 기준을 올린 이유는 1998년 대비 국가 경제 규모가 3.5배가량 성장한데다 2003년 78.8%에 달하던 전체 민사 본안사건 중 소액사건 비중이 2015년 69.8%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민사 단독사건 26만2732건 가운데 소가 2000만원을 초과하면서 3000만원 이하인 사건은 6만2432건이다. 대법원은 이 가운데 인도·철거, 등기 관련 사건을 제외한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소액사건 대상이 4만여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이 사건들을 소액사건으로 흡수해 처리하는 대신 고분쟁 사건 전담 재판부를 늘려 서민들의 고충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2000만원 이하서 19년 만에 증액
대법원은 "소액사건은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상고가 제한돼 생계가 달린 서민들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 재판방식을 개선해 2017년 '소액재판 실무편람' 개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한 사건에 한해 △상계항변 등 판결의 이유에 의하여 기판력의 여부가 좌우되는 경우 △청구를 일부 기각하는 사안에서 계산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밖에 쟁점이 복잡하고 치열하게 다투어진 사건 등 당사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판결 이유를 간략하게 기재하기로 했다.
판결 선고 후 채무이행 감독까지
원스톱 서비스 추진
이와 함께 대법원은 승소를 하더라도 실제 채권추심이 어려운 소액사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이 판결 선고 후 채무이행 감독까지 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액사건 강제집행 특례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특례제도가 만들어지면 '재산조회' 요건이 완화돼 소액사건에서 승소한 서민이라면 집행권원(가집행선고가 있는 1심 판결 포함)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채무자 소유 재산에 관한 조회를 할 수 있게 된다. 서민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직전년도 소득금액과 재산세 납부세액 등을 고려해 특례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원고의 범위를 제한할 방침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법인, 단체, 고소득자, 채권양수·채권추심을 업으로 하는 자 등은 특례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다만, 주택·상가 임대차보증금은 소득금액 및 재산가액 제한 없이 특례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채권자 1명당 연간 3회까지만 특례제도 이용을 허용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례제도 시행으로 서민에 대한 실효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승소판결을 받고도 제때 권리실현을 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분쟁에서 벗어나 조속히 생계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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